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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겨울을 뚫고 자라는 꽃 _ 복수초

by 공동이색상자 2018. 3. 6.






겨울을 뚫고 자라는 꽃 _ 복수초


생명이 모두 정지해버릴 것만 같은 추위에도 겨울을 뚫고 봉우리를 틔우는 꽃들이 있다. 복수초는 작은 몸에 서린 온기로 얼음을 녹이며 피어나는 겨울의 대표적인 꽃이다. 


봄철에 피는 꽃들이 대부분 겨우내 에너지를 끌어모아 눈을 틔우고 꽃을 피워내지만, 복수초는 기나긴 겨울을 참고 견뎌내며 차가움을 녹이고 고개를 내밀어 여느 꽃보다도 빨리 무채색이 가득한 겨울의 풍경에 노란 빛깔을 더한다. 하얀 얼음 사이 노란빛을 두른 아름다운 복수초의 모습은 예쁘다 못해 고결하게도 느껴진다.


복수초의 꽃말은 영원한 행복과 슬픈 추억이라고 한다. 동양에서는 복과 장수의 상징이며, 부유와 행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 중에 하나다. 예로부터 노란색은 황금을 닮아 복과 장수, 부유와 행복의 상징으로 불렸던 것들이 많아 꽃말이 영원한 행복인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만, 슬픈 추억의 의미가 또 붙은 것은 얼음 위로 피어난 복수초의 모습이 아련한 슬픈 추억과 겹쳐 보였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복수초는 뜻만큼이나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이른 봄 산지에서 눈과 얼음 사이를 뚫고 꽃이 핀다고 해서 얼음새꽃, 눈새기꽃이라고도 하고, 또 지역에 따라 복풀이라고도 한다. 새해 들어 가장 먼저 꽃이 피는 특성상 원일초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복수초가 피는 시기가 대체로 음력 설 무렵과 비슷하니 얼마 전 얼음을 깨고 피어났을 것이다. 


삶의 굴곡마다 계절을 빗대 힘든 시기를 겨울에 비유하곤 한다. 그동안의 힘든 삶이 얼음과 같이 차고, 서러워 가슴 시린 겨울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순환되는 자연의 섭리에 언제고 봄은 온다. 힘든 지난날을 견디고 참아내 보면 이윽고 얼음을 녹여가며 노란 꽃을 피울 때가 찾아올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단순히 견디는 것만으로 봄이 찾아올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복수초가 그 작고 여린 꽃을 피우기 위해 생명의 온기를 끌어모아 얼음을 녹이고 고개를 내밀었듯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기 위해선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한 법이다. 그런 노력이 없다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얼어 죽어버릴 것이다. 


생에 반드시 고저가 있고, 누구에게나 흥망성쇠가 유구히 반복된다. 달도 차면 기울고, 겨울이 오면 언제고 봄도 찾아온다. 다만 그런 순간들에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삶을 더욱 값지게 살아가야 더 아름다운 빛깔의 꽃잎을 얼음위로 피울 것이다. 


올해 나는 어떤 꽃을 피울 것인가. 꽃이 지고 맺을 결실의 열매는 어떤 형태로 남게 될까. 

북극발 한파로 유독 추웠던 겨울을 보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펴고 주변에 만연한 얼음을 녹여 선명한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매순간 더 열심히 삶에 임해야겠다.


글·그림 거문고자리의 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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